광고 집행을 '필수 마케팅'으로 여기는 작은 기업 대표님들이 많습니다. 광고를 마케팅의 전부로 알고 계신 대표님들도 여전히 많죠. 하지만 대부분의 작은 기업, 특히 초기 단계 기업일수록 유료 광고는 가장 멀리해야 할 마케팅 수단입니다. AI로 몇 분만에 소재를 뚝딱 만드는 방법, 메타 광고 성과를 극대화시키는 방법 같은 것보다 먼저 배워야 할 훨씬 더 중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뉴욕의 핫한 러닝 브랜드 Bandit Running은 작은 브랜드가 성장하기 위해 전념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보여주는 브랜드입니다. 그들은 유료 광고 집행 없이 재구매율 60%, 고객 생애 가치 약 110만 원이라는 꿈같은 성과를 만들어내며 180억 원의 투자를 받은 브랜드가 됐습니다.
오늘은 Bandit Running의 성장을 가능하게 만든 3가지 핵심 엔진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시작해 볼까요?
Bandit Running의 창업자 팀 웨스트는 창업을 하기 전부터 열정적으로 러닝을 즐기는 러너였습니다. 초보자 수준을 넘어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매주 훈련에 임할 정도로 러닝에 진심이었죠.
그는 자신이 평소 사용하던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이 자신과 같은 '진지한 아마추어 러너'를 위한 제품은 만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런 제품을 직접 만들어보기로 합니다. 이게 Bandit Runnig의 시작입니다. 이후 Bandit Runnig은 크게 3가지 축을 기반으로 '유료 광고 없는 성장'을 만들어가기 시작합니다.
1️⃣ 커뮤니티 기반 제품 R&D
지금은 거의 모든 종류의 러닝 의류와 액세서리를 취급하지만, 초기 Bandit Runnig의 제품은 러닝 양말 하나였습니다. 창업자 팀 웨스트는 자신이 속해있던 '브루클린 트랙 클럽 (뉴욕의 러닝크루)'에 시제품을 신고 나가 뛰면서 스스로 초기 사용자가 됩니다.
여전히 베스트셀링 제품 중 하나인 밴딧 러닝의 러닝 양말
팀 웨스트는 이미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크루원들에게 섣불리 '장사'를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신은 양말에 관심을 보이는 주변 크루원들에게 무료로 양말을 나눠주며 어떤 점이 개선되었으면 하는지 물으면서 자비로 제품을 개선해 나갑니다.
제품에 대한 그의 진지한 태도, 자신들의 의견을 통해 점점 개선되는 양말의 품질을 경험하며 크루원들은 팀 웨스트를 점점 더 신뢰하게 됩니다. 크루원들(=핵심 타깃인 '진지한 아마추어 러너') 사이에서 양말이 입소문이 납니다. 이 작은 성공을 기반으로 제품군이 하나씩 늘어나면서 Bandit Runnig은 '러닝에 진심인 사람들이 쓰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얻게 됩니다.
*Bandit Runnig은 지금도 러너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신제품을 만들어 론칭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고객의 니즈가 반영된 고품질 제품을 소량씩 만들어 출시하기 때문에 광고를 과하게 하지 않아도 빠르게 품절되고 있죠. 이 희소성은 재고 리스크를 줄여주는 것은 물론 또 다른 성장 엔진의 축인 '멤버십' 전략의 성공에도 크게 기여합니다.
2️⃣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멤버십 운영
타깃이 뾰족할수록 모수는 줄어듭니다. 창업자분들이 타깃을 좁게 잡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팀 웨스트는 이런 리스크를 어설프게 타깃을 넓히는 방식으로 해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뾰족한 타깃들만을 위한 가치를 선별해 담은 '멤버십'을 운영하며 매출 성장을 이뤄냅니다.
멤버십 회원들은 1년에 125달러를 지불하고 다음과 같은 혜택들을 누릴 수 있습니다.
모든 제품 10% 할인 + 최소 금액 없는 무료배송
50달러 상당의 기프트 카드
매년 새로운 디자인의 멤버 전용 러닝 양말 2켤레
아식스 러닝화 20% 할인
신제품 출시 및 재입고 시 24시간 우선 구매 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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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십의 대표적인 혜택들
이외에도 사우나 할인, 회복을 위한 요가 및 수면 용품 할인 등 멤버십은 철저히 '러너'들에게 꼭 필요한 혜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신제품을 일반 고객보다 먼저 구매할 수 있는 혜택은 소량 제작 및 출시 방식과 시너지를 내면서 멤버십 가입에 대한 욕구를 더 자극시킵니다.
Bandit Runnig의 멤버십 회원들의 1인당 평균 연간 지출액은 약 110만 원, 회원 1명이 새로 가입시키는 지인 회원은 평균 2.3명에 달합니다. 브랜드 고객들의 취향과 니즈를 정확히 겨냥한 멤버십이 매출 성장과 바이럴 모두에 기여하고 있는 셈입니다.
3️⃣ 진짜 잠재고객'만'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 마케팅
광고를 하지 않아서 아낀 예산은 잠재 고객을 커뮤니티로 끌어들일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 모두 활용합니다. Bandit Runnig의 콘텐츠에는 멋진 외모의 연예인도, 유명 스포츠 스타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러닝을 제대로 즐기는 사람들 (= 우리 제품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진지한 아마추어 러너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진짜 러너들의 모습을 날것 그대로 담아냅니다.
추운 아침 겨우 몸을 일으켜 옷을 입고 러닝을 나가는 일상
러닝 이후 땀에 젖어 엉망이 된 얼굴
에너지를 내기 위해 탄수화물을 억지로라도 입에 넣는 러너들
마라톤 완주 후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하는 크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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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Bandit Runnig 공식 인스타그램
투자를 받아 충분한 예산이 생긴 뒤에도 광고가 아닌 콘텐츠의 스케일을 키웁니다. 1년 전 처음 공개된 유튜브 콘텐츠 'Dialed' 시리즈가 대표적입니다. 2024년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거대 기업의 후원을 받지 못한 프로 선수들을 후원하며 그들의 성장 스토리를 담아낸 이 다큐멘터리 시리즈는 전 세계 아마추어 러너들에게 극찬을 받았죠.
출처 : Bandit Runnig 공식 유튜브
광고는 휘발되지만 콘텐츠는 꾸준히 쌓이며 브랜드 메시지를 선명하게 만듭니다. Bandit Runnig의 콘텐츠들은 아마추어 러너들의 '나도 이런 러닝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자극합니다. 더 나아가 초보 러너들의 '나도 저렇게 진지하게 러닝을 해볼까?' 하는 마음도 함께 자극합니다.
콘텐츠에서 영감을 받은 러너들이 브루클린 매장에서 열리는 오프라인 러닝 이벤트에 참여합니다. 새로 합류한 러너들의 의견은 또 다른 신제품 개발 아이디어가 됩니다. 그들이 러닝을 즐기는 모습은 새로운 브랜드 콘텐츠에 담깁니다. 커뮤니티는 점점 더 커집니다. 이 선순환이 매출의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많은 기업들이 '빠른 성장'을 원합니다. 그 빠른 성장을 원하는 마음이 일에도 투영됩니다. 고객이 정말 원하는 제품, 듣고 싶은 메시지에 충분한 시간을 쏟기도 전에 일단 광고부터 집행하려고 합니다. 심지어 그 광고 소재를 만드는 작업마저 AI를 써서 빠르게'만' 처리하려고 하죠.
성공하는 브랜드들은 단단한 코어 (=고객에게 집착하면서 개발한 우리만의 '다른' 제품 +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를 만들고, 그 위에 적합한 성장 엔진을 구축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쏟습니다. 제품, 마케팅, 브랜딩, 판매 전략 등 모든 활동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시너지를 내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마케팅에 돈은 계속 쓰는데 답답한 성과만 지속된다면, 빠르게 매출을 올려주겠다는 달콤한 유혹들에 넘어가 이미 여러 차례 실패를 경험했다면, 내년부터는 진짜 성장을 만들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에 소중한 시간과 자원을 할애해 보면 어떨까요?